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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 손가락단상 2019. 5. 3. 13:43
1.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내가 더 좋아, 내 동생이 더 좋아?”
한국의 엄마가 흔히 하는 대답.
“손을 펴봐. 깨물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지? 다 똑같이 사랑해.”
2. 다음은 줄리 입-윌리암스의 The Unwinding of the Miracle (어제 읽은 소감을 올린 책임)에 나오는 이야기다. 내 기억에 따르면 대충 이야기가 이렇다.
저자 줄리는 자신의 아빠가 언니와 오빠 보다 자신을 가장 예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빠 역시 실제로도 그렇게 말하고 다녔단다.
줄리가 물었다.
“아빠는 왜 나를 제일 좋아해?”
아빠는 줄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을 펴봐. 손가락 길이가 다 다르지? 더 예쁜 애가 있고 덜 예쁜 애가 있는 거야.”
줄리는 아빠가 자신을 편애했어도 오빠와 언니에게 미안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는 오빠를, 할머니는 언니를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참고로 줄리는 3살에 미국에 이민간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인들은 똑같은 질문에 똑같이 손가락을 빗대 설명하는데 정반대의 결론을 말하는게 재밌다.
3. 그럼 뭐가 진실에 가까운가.
나는 딸 하나밖에 없으니 부모로서의 경험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후자가 맞는 것 같다. 부모도 인간인지라 자신의 욕망과 선호를 좀더 충족시켜주는 자녀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더 끌린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 조차도 더 귀엽고 잘생긴 아이를 더 쳐다보고 더 관심가진다고 하지 않던가.
어렸을 때 나는 내가 엄마와 아빠가 가장 예뻐하는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가족을 넘어 친척중에서 나를 가장 예뻐했다고 생각되는 유일한 사람은 세째 이모였다. 아이들은 사실 다 안다. 자신이 가장 예쁨을 받는 자식인지 아닌지.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한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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