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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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 짝짝이 신발일상 2019. 4. 19. 10:32
아침에 정신없이 일하러 나와서 주차장에서 막 내리는데 발의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발을 보니 글쎄 신발이 짝짝이가 아닌가. 짝짝이도 이런 미스매치가 없다. 한짝은 정장 신발 (회색) 한짝은 운동화 (보라색)가 아닌가. 평생 정신머리 없이 살았어도 이런 실수는 난생 처음이다. 10분후에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해야하는데 어쩌나. 신발 사러갈 시간도, 신발을 빌릴 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눈 딱감고 짝짝이 신발을 신고 사람들 앞에 섰다. 무슨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겠지. 한쪽 발이 갑자기 부었다던가. 한쪽 발에 붕대를 감았다든가 말이다. 가장 앞에 앉은 사람이 계속 내 발을 보면서 실실 웃는 것 처럼 느껴졌지만, 그냥 아무일 없는 척 했다. 남이 짝짝이 신발을 신은 것이 좀 이상하긴 해도 뭐가 중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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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 꿈일상 2019. 4. 14. 23:30
내가 바라던 것이 이뤄졌다. 너무 기뻐서 꿈인지 생신지 몸을 때리면서 확인해보았다. 생시였다. 기뻤다. 이렇게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걸 지금껏 많이 고생했구나. 너무 기쁜 나머지 믿기질 않아 다시 꿈인지 생신지 온 힘을 다해 알아보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확인하자. 이렇게 쉽게 이뤄질리가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 결국...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지 생신지 확인한 것 조차 꿈이었다. 이런 꿈을 꾸다니. 내가 그걸 그렇게 바랬었구나. 여러번의 절망 끝에 집착을 놓으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행세를 했으나 여전히 살아있는 그 바램. 그 바램은 아마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지만 내 평생 마음 속에 살아서 나를 가끔씩 흔들어 놓을 것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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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 행복일상 2019. 4. 7. 13:14
“And I urge you to please notice when you are happy, and exclaim or murmur or think at some point, 'If this isn't nice, I don't know what is.” — Kurt Vonnegut 행복하다고 느낄 때, 이렇게 외치거나 중얼거리나 생각해보자. “이게 좋은게 아니라면 뭐가 좋은거란 말인가.” 몇일 전에 올린 커트 보네거트의 스토리 강연 말미에 나온 문구다. 행복한 기분이 들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알아차리고 이를 한껏 만끽하는 것이다. 지금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생각해보면 그렇게 중얼거릴 수 있는 순간이 꽤 여러번 있었는데, 내가 그냥 무심히 지나쳤구나 싶다. 모카빵을 먹을 때, 계란후라이를 먹을 때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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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 싹일상 2019. 3. 6. 13:27
몇일 전에 심었던 꽃씨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 보니 겹꽃 페투니아의 아주 작은 싹이 돋았다. 씨가 작아선지 싹도 매우 작다. 심은 씨에서 싹이 돋아나는 것을 발견할 때 큰 기쁨을 느낀다. 매일 매일 한번씩 지나가며 싹이 얼마나 자랐는지 보는 것이 즐겁다. 나는 이상하게 씨앗이 자라서 싹을 틔우고 자라는 것을 목격하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나도 왜 이리 즐거운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페투니아 모종을 사거나 아니면 완성된 행잉 배스킷을 사지만 나는 번거로워도 매년 그 기쁨에 실내에서 직접 모종을 만든다. 없던 것이 갑자기 생겨냐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요즘에 읽고 있는 “In Search of Wisdom”이라는 책에서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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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 꽃씨일상 2019. 3. 2. 08:40
3월 1일을 맞아 꽃씨를 실내에 심었다. 연중행사로 페투니아 꽃씨를 사서 실내에서 발아시켜 모종을 만들어 5월 중순이나 말경 야외에 화분으로 꽃을 심는다. 페투니아는 여름내내 꽃을 줄기차게 피울 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아주 강해 나같은 대충대충 인간도 아름다운 꽃을 한철 즐길수 있다. 페투니아 모종을 만드는 것은 올해로 삼년째다. 제작년에는 보통 일반적인 페투니아를 심었고, 작년에는 웨이브 페투니아라고 계속 줄기를 뻗어가며 늘어지게 꽃을 피워 행잉 배스킷에 많이 쓰이는 페투니아를 심었었다. 올해에는 커다란 꽃을 피우는 페투니아 씨앗 10개와 겹꽃이 피는 페투니아 씨앗 35개들이를 구매했다. 그런데 겹꽃 페투니아 씨가 마치 흙처럼 생겼다. 색도 흙색이고 크기도 아주 작다. 씨를 심으면 손에 흙이 묻게 마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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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 calling일상 2019. 3. 1. 22:07
가끔 하루 이틀 같은 생각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요즘에는 “지금 나의 인생이 나에게 무엇을 하도록 원하는가,” 즉 콜링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오늘은 예상치 않은 일로 일이 약간 꼬였다. 일이 잘못되가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내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벌어지고 난 것이다. 수많은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말이다. 이 순간 일이 꼬였음을 받아들이고, 내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지언정 일이 매끄럽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것의 매듭을 푸는 것. 이것이 오늘 나에게 부여된 과제였다. 누군가 나에게 불만을 제기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받아들이는 것도 오늘 부여된 나의 과제였다. 삶의 불완전성, 불가항력을 받아들이고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아도 내가 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