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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로 유명한 미국의 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새책 “Upheaval”을 읽었다. 이는 몇몇 국가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실업, 가족의 죽음이나 병, 이혼 등)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책임감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등은 간직하되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스스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핀란드, 호주, 인도네시아, 칠레, 독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핀란드였다. 스칸디나비아의 잘살고 행복지수 높은 복지국가 중 하나로 막연히 알고 있던 나라가 그런 굴욕의 역사가 있는지 몰랐다. 세계 2차대전 전만해도 작고 아주 가난했던 핀란드는 국경이 그당시 초강대국 강대국인 소련과 맞닿아 언제 먹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발틱삼국이 소련에게 편입됐을 때 핀란드는 이에 저향해 소련과 전쟁을 벌여 살아남았다. 가장 치열했던 전투에서 핀란드는 전체 인구수 370만 중 2.5퍼센트, 총 남자의 5퍼센트가 죽었다. 한마디로 이 전투에서 핀란드인 거의 모두가 가족 중에 누군가는 죽었던 것이다. 세계 이차대전 전 다른 유럽국가들도 각자 전쟁과 생존에 바빴기에 기대했던 주변국의 도움도 전혀 받지못했다. 가까스로 독립은 지켰지만 더이상 소련에 대항했다가 뼈도 못추릴 것이라 뼛속깊이 통감한 핀란드는 독립국가로 살아남기 위해 소련에 대해 언제나 저자세로 나왔다.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핀란드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의 정치인과 언론 조차도 소련의 어떠한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핀란드는 언제나 소련의 좋은 친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소련이 언제나 핀란드에게는 기분이 좋도록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를 핀란디제이션이라 한다. 핀란드 정치인들 조차 핀란디제이션은 수출용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즉 이는 핀란드만의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해당되는 전략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핀란디제이션은 핀란드의 위기 극복을 위해 중요한 전략이었고 핀란드 가장 잘살고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기반이 되었다.
이 책은 위기극복 프레임워크 자체 보다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만의 특징인 흥미진진하게 독자들을 끌어당기면서 찬찬하게 전개되는 국가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 매력적이다. 역사 사료만으로 이야기를 만든게 아니라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해서 그렇다. 역사적 사실 뿐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고통, 욕망, 자부심, 절망, 투지, 어리석음, 굴욕 등의 경험이 역사의 단면들과 함께 버무려져 있어서 그렇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나라들이 제레드 다이아몬드 자신이 꽤 오래 거주했거나 그 나라 언어를 구사할줄 알고 적어도 많은 지인을 알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그래선지 역사학자나 지리학자가 아닌 마치 그 곳에 오래 살았고 역사에 조예깊은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읽힌다. 현재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가 봉착한 위기에 대한 이야기 부분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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