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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 - 인간 본성의 법칙책 2019. 2. 17. 05:18
나는 본성적으로 사람에 대한 의심이 별로 없어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하므로 타인도 나에게 마음을 여는 편이다. 반면 이용당하기도 딱 좋은 습성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언제나 사람의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있다고 본다. 그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든 그 이면에 타인을 조종하려는 (manipulate)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한 사람의 착한 행동을 보면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철저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의 책 “유혹의 기술 (art of seduction)"을 처음 접했었다. 나를 비롯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남녀의 사랑을 유혹하는 사람의 의도와 테크닉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여성이 남성을 꼬시기 위해 어디서는 경험치 못하는 감각적 쾌락과 판타지를 심어주고 일부러 사라져서 마음을 애타게 해서 결국 포로로 만드는 기술 말이다. 바람둥이가 집착적으로 구애해 정숙한 여성들의 깊이 숨겨진 욕망을 건드리는 기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에선 우리가 추앙해 마지 않는 (특히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종교적 성인들이야 말로 유혹의 달인으로 묘사된다. 나는 매우 재밌게 봤는데, 왜냐면 내 본성이 잘 알아채지 못하는 인간들의 면모들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의 다른 대표작인 “48가지 권력 법칙(the 48 laws of power)”도 조만간 읽어볼 예정이다.
로버트 그린의 최신작 “인간 본성의 법칙 (the laws of human nature)”에도 인간에 대한 그의 깊은 불신이 잘 드러난다. 인간군상들의 비합리성, 이기성, 자기애, 과대망상, 욕망, 애착, 방어성, 어두운 내면, 질투, 가면, 종속성, 근시안 등을 인간 본성의 법칙이라고 단언하며 낱낱이 살핀다. 이런 것들이 인간 본성이라 한다면, 이는 타인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설명하는데도 적용되는 법칙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뭘 할수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나와 있다. 물론 세상에 공짜밥은 없듯 쉬운 길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자신과 타인을 깊이 관찰하고 철저히 이해하며,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연마하는 것이다. 온갖 인간 군상과 인생의 희노애락, 그리고 자신의 무지, 충동, 잘못돤 판단과 선택에 따른 결과를 다 겪어나가며 하나씩 배워나갈 때, 그나마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타인에게도 좀더 관대한 사람이 될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 책 마지막 장에서 따온 한구절.
Let us look at the pedestrians in any busy city and realize that in ninety years it is likely that none of them will be alive, including us. Think of the millions and billions who have already come and gone, buried and long forgotten, rich and poor alike. Such thoughts make it hard to maintain our own sense of grand importance, the feeling that we are special and that the pain we may suffer is not the same as others’. The more we can create this visceral connection to people through our common mortality, the better we are able to handle human nature in all its varieties with tolerance and grace. This does not mean we lose our alertness to those who are dangerous and difficult. In fact, seeing the mortality and vulnerability in even the nastiest individual can help us cut them down to size and deal with them from a more neutral and strategic space, not taking their nastiness personally.
번잡한 도시의 행인들을 보자. 그리고 90년 후에 우리 뿐 아니라 이 모든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을 깨닫자. 수많은 지금껏 왔다간 사람을 생각해보자. 뭍히고 이미 오래전에 다 잊혀진, 부자든 가난하든 말이다. 이런 생각은 자신이 중요하다는 생각, 나는 특별하다는 생각, 내가 겪는 고통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간직하기 힘들게 만든다.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공통점을 좀더 뼈져리게 느낀다면 우리는 온갖 인간 본성을 좀더 관용과 자비로 대할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위험하고 다루기 힘든 사람들에게 경계를 풀자는 말은 아니다. 사실 가장 최악의 인간들 조차도 죽고 병들고 사라진다 점을 본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영향을 덜받을 수 있고 그들의 사악함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좀더 중립적이고 전략적으로 대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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